42개 공급 루프가 도는 이천 센터의 야간 교대를 따라갔습니다. 공급 중단 권한을 가진 사람이 밤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용한 밤이 좋은 밤은 아닙니다.” 강민재 조장은 교대를 시작하면 먼저 8종 케미컬의 루프 화면을 한 바퀴 돕니다. 유량, 라인 압력, 필터 차압, 입자 수. 값이 흔들리지 않는 것보다, 흔들리는 폭이 어제와 같은지를 봅니다.
“이상은 값이 튀는 순간이 아니라, 흔들리는 모양이 바뀌는 순간에 시작됩니다. 그래서 숫자보다 파형을 오래 봅니다.”
취재 당일 새벽 3시 10분, C-4 루프의 1차 필터 차압이 기준의 80%에 닿았습니다. 알림은 조장의 단말과 관제 화면에 동시에 떴습니다. 강 조장은 예비 계열로 전환하고, 팹 쪽 유량이 그대로인 것을 확인한 뒤에야 필터 교체를 지시했습니다.
“공급을 멈추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이 방의 존재 이유입니다. 예비 계열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팹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을 겁니다.”
교체 이력은 배치 번호와 함께 자동으로 남았습니다. 새벽에 한 결정을 아침 교대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공급 중단 권한이 조장에게 있다는 것은, 밤에 전화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대신 그만큼 값을 오래 봐야 합니다.”
강민재 · 교대 조장
이천 센터에서는 공급 중단과 재개 판단을 현장 교대 조장이 내립니다. 본사 승인은 사후 보고로 대체됩니다. 강 조장은 이 권한이 부담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결정을 미루는 동안 케미컬은 계속 흐릅니다. 판단할 사람이 밸브 앞에 있어야 합니다.”
오전 6시 40분, 인수인계 노트에는 새벽의 필터 전환과 교체, 그리고 “C-4 2차 필터도 이번 주 안에 볼 것”이라는 한 줄이 남았습니다. 강 조장의 교대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